흥미 있는 시

돌탑을 받치는 것 / 길상호

주선화 2020. 11. 21. 09:12

돌탑을 받치는 것

ㅡ 길상호

 

 

반야사 잎 냇가에 돌탑을 세운다

세상 반듯하기만 한 돌은 없어서

쌓이면서 탑은 자주 중심을 잃는다

모난 부분은 움푹한 부분에 맞추고

큰 것과 작은 것 순서를 맞추면서

쓰러지지 않게 틀을 잡아 보아도

돌과 돌 사이 어쩔 수 없는 틈이

순간순간 탑신의 불안을 흔든다

이제 인연 하나 더 쌓는 일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벌어진 틈마다

잔돌 괴는 일이 중요함을 안다

중심은 사소한 마음들이 받칠 때

흔들리지 않는 탑으로 서는 것,

버리고만 싶던 내 몸도 살짝

저 빈틈에 끼워 넣고 보면

단단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층층이 쌓인 돌탑에 멀리

풍경 소리가 날아와서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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