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소망 / 이기철
주선화
2007. 12. 12. 22:22
소망//이기철
살아 있는 동안의 나의 소망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시인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제일 좋은 시인이 되는 길은
오르지 못한 산정처럼 높고 험한 길이었다
아침 이슬에 반짝이는 나뭇잎을 보며
나는 제일 좋은 시인이 되는 일보다
참 좋은 시인이 되리라 마음 먹었다
그러나 참 좋은 시인이 되는 길도
손이 얇아 슬픈 나에게는
닿을 길 없는 별같이 멀기만 한 길이었다
시를 찾아 헤매는 동안 발이 붓고
마음의 창고에는 눈물이 쌓였다
나를 울리는 시는 많았지만
내가 울릴 수 있는 시는 좀체로 쓰여지지 않았다
봄과 가을이 쉰 번 내 머리카락을 쓸고 간 지금
나는 이제 참 좋은 시인이 되기보다
진실한 시인이 되리라 마음 먹는다
한 그릇 밥과 한 그릇 국의 따뜻함을
노래하는 시인
햇살 한 웅큼에도 고마와하고
길에서 손 잡고 눈맞춘 사람의 마음 오래 간직하는
질화로 같은 시인
잊혀졌다 찾아낸 편지 속 이름같이
편안한 시인
슬픔도 삭여 기쁨으로 잎 피우는 밑둥이 튼튼한 나무같은
시인이 되고 싶다
그런 시인이 진실한 시인이라고
바람이 내 옷깃을 흔들며
귀엣말로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