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문학인이 뽑은 최고의 시
2007 문학인이 뽑은 최고의 시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장옥관
은빛 수레바퀴 밤새 하늘을 굴러다닌다는
전월사(轉月寺),
동짓달 북향의 골짜기는 옴팍해서 달빛 담기에
맞춤한 옹배기랍니다
도시 인근 흔히 보는 이 암자 주인은
올해 갑년을 맞은 비구니,
법명이 달풀(月草)이라 하시는군요
여섯 살 나이로 경주 함월산(含月山)에서
계를 받았다는데요
먹물옷 말고는 딴 맘 딴 옷 가져보지 못한 채
다 늙은 사람의 심정이사 뒷산 오리나무나 짐작할 뿐
제 잇속이나 셈하는 복장 시커먼 도둑이 알 바 아니겠지요
그러나 인연 닿은 곳마다 굳이 달을 갖다 붙이는
여자의 마음은 알듯 말듯 하구요
낯모르는 사람이 내미는 찐빵 이천원어치에
빗장지른 마음 덜컥 열어젖히는 혼자 사는 늙은이,
해 짧고 달 긴 동짓달 속사정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서두
휘영청 초저녁에 뜬 달이 한잠을
자고 나와 봐도 그 자리,
다시 깨어 봐도 그 자리,
도무지 눈꺼풀 없는 밤이라는군요
그런 밤이사 얼음조각 머금은 듯
차고 시린 달이 어둑새벽까지 띠살문 밝혀서
안 그래도 가난한 우리 스님의
몸이 더욱 말라붙었겠구요
뒷산 솔숲 소쩍새 목쉰 소리에
마당 가슴팍 찬 우물도 덩달아 깊어졌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은 조금 아는 것이어서
세상의 일을 어찌 이루 다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이 장지문 바로 건너
대웅전 마루 아래 뱀 소굴이 숨어 있다는데요
법당이든 부엌이든 심지어 하루는 늦은 밤
티브이 위에 똬리 틀고 혀 날름대고 있더라는 이야기
생각건대 달풀 우거진 보름달 속에는
수천수만 실뱀들 똬리 틀고 있는 건 아닐는지
그 달빛,
얼키설키 뒤엉켜 뭉쳤던
은빛 실뱀들 오리오리 풀려
날이면 밤마다 마룻장 아래 모여드는 건 아닐는지
그래서 늦은 밤 법당 안이
이따금 해바라기처럼 환해졌던 것인가
이리 몸 섞고 저리 몸 뒤엉켜 겨울잠 자는
뱀들이 뿜어내는 에너지
동짓달 덩두렷이 보름달로 굴러가고,
어떤 못된 뱀은 아궁이 통해
불 꺼진 몸속으로 자꾸 파고들고,
그때마다 처마를 받든 두리기둥은
화들짝 뿌리가 굵어졌겠지요
그예 날 저물어 기어코 잡는 손길
뿌리치고 일어서다 보니 아뿔싸,
기왓골 타고 굴러온 달.
달풀스님 목에 얹힌 달덩이에 혓바닥이
두, 두 가닥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