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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곰팡이 / 이문재
주선화
2008. 1. 29. 16:37
푸른 곰팡이 / 이문재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1993년>
* 이문재시인의 시들은 치열하고 내부가 끓고 있다
그의 시들은 結社결사를 한다. 주로 도시와 문명의 급소를 공격해 단숨에 제압한다
시 푸른 곰팡이가 실려있는 두번째 시집 "산책시편"시단에서 주목받는다
요즘 이문재시인은 체온이 따뜻한 "손"을 주목하고 있다
나와 당신 사이에 내미는 손
""손은 손을 찾는다" 시에서
손이 하는 일은 / 결국 다른 손을 찾는 것이다 /온른손이 왼손을 찾아 /
가슴 앞에서 가지런이 해지는 까닭은 / 빈 손이 그만큼 무겁기 때문이다 /
미안함이 그만큼 무겁기 때문이다 / 라고 썼다 (문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