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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門산문에 기대어 / 송수권

주선화 2008. 1. 31. 12:24

산문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날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淨淨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 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날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날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1975>

 

 

* 하마터면 이 시는 세상에 빛을 못 볼 뻔했다

송수권시인이 서대문 화성여관 숙소에서 이 작품을 백지에 써서 응모했는데

잡지사기자가 휴지통에 버린것을 편집주간 이어령선생님이 휴지통에서 발견

1975년 문학사상 지면에 발표 등단했다

"누이"는 남동생의 죽음에 바치는 비가 였다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비어있는 맞은편을 망연히 바라보았을

그 시방의 비통함이 잘 나타나있다

남도 특유의 가락과 토속어의 사용으로 슬픔과 한을 훌쩍 뛰어넘어

서는 진경을 보여준다 (문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