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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와 화로 / 임화

주선화 2008. 2. 19. 11:17

우리 오빠와 화로 / 임화

 

( 앞부분 생략 )

오빠.....

저는요 저는요 잘 알았어요

왜 ㅡ 그날 오빠가 우리 두 동생을 떠나 그리로 돌아가신 그날 밤에

연거푸 말은 권련을 세 개씩이나 피우시고 계셨는지

저는요 잘 알았어요 오빠

언제나 철 없는 제가 오빠가 공장에서 돌아와서 고단한 저녁을 잡수실 때

오빠 몸에서 신문지 냄새가 난다고 하면

오빠는 파란 얼굴에 피곤한 웃음을 웃으시며.....

네 몸에선 누에 동내가 나지 않니.... 하시던 세상에 위대하고

용감한 우리 오빠가 왜 그날만

말 한 마디 없이 담배 연기로 방 속을 메워 버리시는 우리 우리 용감한 오빠의

마음을 저는 잘 알았어요

천정을 향하여 기어올라가던 외줄기 담배 연기 속에서.... 오빠의

강철 가슴 속에 박힌 위대한 결정과 성스러운 각오를 저는 분명희 보았어요

그리하여 제가 永男영남이의 버선 하나도 채 못 기웠을 동안에

문지방을 때리는 쇳소리 마루를 밟는 거칠은 구둣소리와 함께 ㅡ 가

버리지 않으셨어요

(중간 부분 생략)

화로는 깨어져도 火화젓갈은 깃대처럼 남지 않았어요

우리 오빠는 가셨어도 귀여운 "피오닐" 영남이가 있고

그리고 모 ㅡ 든 어린 "피오닐" 의 따뜻한 누이 품 제 가슴이 아직도 더웁습니다

(이하 생략) <1929년>

 

 

* 임화는 일제강점기의 사회주의 문학운동을 표방한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

가동맹의 핵심 멤버로 카프의 서기장을 지낸 시인이자 평론가였다

 

이 시는 사건적이고 소설적인 데서 시의 소제를 찾았고 소박하고

" 된 그대로의 말 " 을 사용했고 노동자들의 낭독에 편한 리듬을 씀으로써

카프문학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단편 서사시" 라는 평가를 받았다

 

임화는 올해로 김기림, 김유정, 최재서, 백철과 함께 탄생 100돌을 맞았다

임화는 1936년에 "오오 적이여, 너는 나의 용기다"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썼다

(문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