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추천 100
문의 마을에 가서 / 고은
주선화
2008. 2. 19. 11:37
文義문의 마을에 가서 / 고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벋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꽉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 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1974년>
주 : 文義문의 ㅡ 충북 청원군의 한 마을
* 중학생 때 길에서 주운 한하운 시집을 읽고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시인,
해마다 노벨문학상에 거론되고 있는 시인, 출가와 환속, 숱한 기행, 폐결핵,
자살시도, 군법회의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기도 한 반돋재 민주화 운동
등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시인, 시, 소설, 평론, 평전, 번역, 수필 등
150여 편의 이르는 신화적 글쓰기로 유명한 시인, "젊은 시인이여, 술을 마셔라
" 라고 일갈하는,....
이 시는 신동문 시인의 모친상을 조문하러 문의에 갔다가 쓴 시라고 알려져 있다 " 文문과 義의의 마을, 文士문사, 혹은 志士지사 들이 꿈꾸었을 유토피아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지명이다 (정끝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