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 박목월
나그네 / 박목월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 (三百里)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1946년>
* 이 시는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펴낸 3인 시집 '청록집' (1946년)에 실려 있다
임시정가 30원의 '청록집'을 발간한 이후 세명은 청록파로 불리게 되었다
'목월에게'라는부제가 붙어 있는 조지훈의 시 ' 완화삼(玩花衫)의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에/ 저녁 노을이여"의 한 부분인 '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 를 부제로 삼았다
'완화삼'의 시어인 나그네와 구름과 달과 강마을과 저녁노을을 그대로 받아서 썼다
시를 쓸 때에는 꼭 연필을 깎아 썼다는 박목월,
아이들에게 공책을 사주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지만 한지를 묶어 공책을 만들어줄 정도로 다정다감한
아바지였던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 흙담 안팎에 호박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고 노래한 박목월
시를 알게 되면서 부터 본명(박영종朴泳鐘)대신 '목월(木月)이라는 큰 자연의 이름을 스스로
붙였던 그 식민지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박두진의 말대로 청록파에게 자연은 '온갖
제악을 타개하기 위한 시의 유일한 혈로(血路)" 였는지 모른다.
그 한가운데에 '애달픈 꿈꾸는 사람' 박목월이 있다 (문태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