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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 박목월

주선화 2008. 3. 12. 10:07

나그네 / 박목월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 (三百里)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1946년>

 

 

* 이 시는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펴낸 3인 시집 '청록집' (1946년)에 실려 있다

임시정가 30원의 '청록집'을 발간한 이후 세명은 청록파로 불리게 되었다

 

'목월에게'라는부제가 붙어 있는 조지훈의 시 ' 완화삼(玩花衫)의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에/ 저녁 노을이여"의 한 부분인 '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 를 부제로 삼았다

'완화삼'의 시어인 나그네와 구름과 달과 강마을과 저녁노을을 그대로 받아서 썼다

 

시를 쓸 때에는 꼭 연필을 깎아 썼다는 박목월,

아이들에게 공책을 사주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지만 한지를 묶어 공책을 만들어줄 정도로 다정다감한

아바지였던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 흙담 안팎에 호박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고 노래한 박목월

 

시를 알게 되면서 부터 본명(박영종朴泳鐘)대신 '목월(木月)이라는 큰 자연의 이름을 스스로

붙였던 그 식민지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박두진의 말대로 청록파에게 자연은 '온갖

제악을 타개하기 위한 시의 유일한 혈로(血路)" 였는지 모른다.

그 한가운데에 '애달픈 꿈꾸는 사람' 박목월이 있다 (문태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