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다 / 김사인
봄바다 / 김사인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커서
다라이만 했지
다라이만 했지
구장집 마누라는
젖통도 커서
헌 런닝구 앞이
묏등만 했지
묏등만 했지
그 낮잠 곁에 나도 따라
채송화처럼 눕고 싶었지
아득한 코골이 소리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지
미끈덩 인물도 좋은
구장집 셋째 아들로 환생해설랑
서울 가 부잣집 과부하고
배 맞추고 싶었지 <2005년>
*이 시를 읽노라면 김 시인의 '심성'을 엿볼 수 있는 이시영 시인의 재미난 산문시 하나가 떠오른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술자리에서 김사인 시인이 폭우 속 흰 고무신을 신고 와 합류했다는 것,
새벽 즈음에 이 시인의 처가 천둥치듯 "복희년 나오라고 그래!"소리치며 들이닥쳤다는 것, 바로 그때
"나와 송 사이에서 묵묵히 고개를 떨구고 잇던 사인이가 갑자기 일어나 문박으로 내빼는데
흰고무신 신은 발이 비호처럼 빨랐다. 그리고 빗속을 번개처럼 가르며 사라졌다.
복희씨가 졸린 눈을 떠기도 전에, 송과 나의 처가 시퍼렇게 걷어붙인 팔을 풀기도 전에 일어난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다" (김사인의 흰고무신)는 것
김사인 시인은 사람 좋은 충청도 양반이다
떠듬떠듬 어눌하게, 천천히 길게, 그러나 뜨겁게 시를 쓰는 사람이다
첫시집을 내고 19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냈으니, 시 한편을 길게는 30년을 쓰고'곡진'하다는 말
'지극'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다
'시는 크고 요란한 것이 아니라 작고 나지막한 섬김'이라고 말하는 그는 스스로를 낮춤으로
시를 높이고 세상과 사물을 높이는 드문 미덕을 가진 시인이다
봄은 남쪽으로부터 오고, 남쪽 끝 바다로부터 온다.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같이 방방한 저 들판에, 구장집 마누라 젖통 같이 봉긋한 저 능선에,
구장집 마누라 코골이 같이 달디단 봄바람으로 온다
바다 내음 향긋한 천지가 무릇 봄바다다. 물 맑은 봄바다에 두둥실 떠가는 저 배를 타고
미끈덩 풋것들로 환생하고 �다.어쨌든 봄이고 하여튼 봄밤이고 바야흐로 봄바다다 (정끝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