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 김현승
눈물 /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生命)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들이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1957년>
*이 시는 1957년에 펴낸 김현승의 첫 시집 '김현승시초'에 실려 있다
시집의 장정은 서정주 시인이 맡앗다고 되어 있고 가격은 육백환이라 적혀있다
어린 자식을 잃은 참혹한 슬픔을 노래한 시들은 많다. 김광균의 시 '은수저'가 그렇고,
정지용의 시 '유리창'이 그렇다
김광균은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기가 앉던 밥상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정지용은 "고운 폐혈관이 짓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라고 썼다
아들을 잃고 난 후 창작한 것으로 알려진 시 '눈물'은 독실한 기독교 신앙에 의지해 그 슬픔을 넘어선다
'들이라 하올제'의 대상이나 '당신'은 그가 신앙한 절대자였다
그는 눈물이야말로 한 점 생명의 씨앗과도 같고, 더러움이 없으며, 인간의 마음이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순금처럼 지니고 살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눈물이 흔해서 아무래도 천국엘 못 갈 것 같다고 한 김현승 시인의 자화상은 어떠했을까
"내 목이 가늘어 회의에 기울기 좋고," "연애에 아주 실망이고" "눈이 커서 눈이 서러워/ 모질고
싸뜩하지 않으나/ 신앙과 이웃들에 자못 길들기 어려운 나"
현대시 100년의 역사에서 김현승 시인처럼 고독과 슬픔을 지독하게 노래한 시인도 드물다.
"싸늘한 증류수의 시대"를 살다간 그에게 고독과 슬픔과 뜨거운 눈물은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것이었다
"슬픔은 나를/ 목욕시켜준다./ 나를 다시 한 번 깨끗이 하여준다" (문태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