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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주선화
2008. 3. 28. 21:27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자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 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1993년>
*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 로버트 프르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난다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으니, 나는 풀이 더 많고 사람이 다닌 발자취가 적은 외로운 길을
선택해서 걸어갔노라고 쓴 시, 그리고 그런 선택으로 인하여 나에게 모든것이 달라�다고 쓴 시,
이 아침에도 우리의 목전 (目前)에는 여러 갈래의 기이 놓여 잇다
낯익고 평탄한 길이 있고, 그렇지 않은 길이 있다
이 시는 우리 마음에 악착스레 붙어사는 순응주의를 되돌아보게 한다
사는 일이 지치고 가야 할 길이 막막할 때 스스로를 이렇게 불러보자 "주인공아!" 생념(生念)이라
햇으니 엄두를 내보자. 박약한 의지를 다시 일으켜 세워보자. 당신은 당신의 삶의 후견인(後見人),
아무도 간 적 없는 길을 당신이 앞서가고 앞서간 당신을 뒤따라가는 것, 야단법석인 이 삶을 살아가야
할 주인공아, (문태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