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봄이 오는 방/이정록

주선화 2008. 4. 1. 20:31

봄이 오는 방 / 이정록

 

 

농짝을 옮기자 찬바람이 들이친다

벽돌 모래알들이 바깥공기 잘 걸려준다

위풍 심하던 산동네여서 강마을로 이사 온 격이다

차가운 벽에 귀대고 물소리 퍼 담는다

살얼음 서걱거리는 모래와 마른 풀잎들

묵언에 든 물고기들의 잠꼬대도 엿듣는다

물새들의 발목에 달랑대는 깃털 고드름들

봄이 오는 쪽으로 며칠 깊은 숨 내쉬다보니

머릿속 모래알들 버석버석 가라앉는다

아가미 쪽에서 투덜거리던 추운 나날들이

꼬리지느러미 쪽으로 날렵해진다

후후 입김 모아 담요를 깔아놓자

강 언덕의 버들강아지들 손목 파랗도록 맞고를 친다

개평이나 뜯던 철새들 노을 너머로 날아간다

곧, 물낮의 손톱거울마다 뻐꾸기울음 찰랑대겠다

봄의 입술은 알집을 흔드는 치어들이 다 가져가겠다

온몸이 지느러미인 아지랑이도 하늘헤엄 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