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신차 설명회 /김륭

주선화 2008. 4. 22. 23:50

신차설명회/김륭

 

 

 

똥 기저귀찬 젖먹이와 벽에 똥칠하는 할머니 틀니 사이, 애가 둘이라는 첫사랑은 캥거루 홀아비인 나는 낙타 삼겹살집에서 딱 이빨처럼 얼굴을 부딪치면

참을 수 없을 만큼 생각이 아파질 것 같은 이승과 교통편 끊길까 걱정되는

저승 사이, 옹알옹알 공터가 있고

 

유모차 한 대 서있습니다

폐 유모차를 수거해 만든 노인들의 보조보행기라고 말하는 분들은

레이싱걸처럼 요염하게 공터를 가로지르는 고양이에게 짧은 치마를 입히고 싶은 거죠

 

지팡이 대신 끌고 가는 빈 유모차가 아닙니다

장바구니로 사용하거나 숨이 차면 간의의자처럼 앉아 쉴 수 있다는 생각은 당장

버리시길,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여자의 폐경이란 뼛속 바람에게 피를 돌리는

난생卵生의 동굴

 

교통편 복잡한 어느 먼 나라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죽음이란

집나간 고양이가 남의 집 아궁이에 새끼를 뱉어내듯

쥐구멍보다 아찔했던 숨구멍에 후-욱 꽃 한 송이 낳는 일

 

저기, 어제 이사 온 젊은 부부는 애완용 강아지를 싣고 산책중이고

집 나온 할머니 한 분 공터에서 출산준비가 한창입니다

 

비로소 산통이 시작된 모양입니다 저기, 생글방글

유모차 한 대 갑니다

 

 

<2008 젊은 시 >

[출처] 신차설명회|작성자 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