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해바라기 씨 / 정지용

주선화 2008. 5. 26. 21:59

해바라기 씨 /정지용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퉁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슬비 내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 맞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 시악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꽥! 지르고 간 놈이 ㅡ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구리 고놈이다. <1939년>

 

 

* 참새 몰래 심은 씨앗..... 청개구리가 엿보네

정지용(1902 ~ 1950)은 불과 11세에 이웃 마을에 사는 은진송씨의 딸을 맞아 결혼했다

이 동시는 (아이생활) 146호에 발표한 시이다

씨를 뿌리고 거두는 일은 농업 노동의 근간이다

 

"별똥 떨어진 곳 / 마음해 두었다/ 다음 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 인젠 다 자랐소" (별똥)

이 동시는 인생을 함축적으로 진실을 아릿하게 그려낸다

 

바다를 가리켜 " 푸른 도마뱀떼같이 /재재발렀다 (바다2)

정지용은 시를 이미지 예술로 끌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