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꽃씨와 도둑 /피천득
주선화
2008. 5. 29. 13:15
꽃씨와 도둑 / 피천득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이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1997>
* 가진 건 꽃과 책뿐.... 도둑이 깜짝 놀랐네
이 시의 화자는 도둑이다 도둑이란 초대받지 못한 자다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방문은 그의 몫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가 방문한 집에는 훔칠것이 없다 마당엔 꽃이 만발하고 방안엔 책이 가득하다
그러곤 그만이다 어쩌겠는가, 가을엔 다시와서 꽃씨나 가져 갈밖에,
1910년 5월 29일 오늘, 이 시의 저자 금아 피천득선생이 태어났다
금아의 영결식이 있던 날도 작년의 일이다
"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동안/ 앉아 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학 눈 속으로/ 사라져가는// 너" (너)라는 시가 잘 보여주듯이
그애게 삶은 눈 쌓인 가지에 앉았다가 '깃털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가는 아득함과 무관하지 않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면/ 하늘은 넓고 넓고 푸르게 그립니다//
집과 자동차를 작게 그리고/ 하늘을 넓고 넓고 푸르게 그립니다//
아빠의 눈이 시원하라고/ 하늘을 넓고 넓고 푸르게 그립니다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