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추천 100
하루만의 위안 / 조병화
주선화
2008. 7. 4. 21:10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조병화/‘하루만의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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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루’에 바쳐진 이 시는 “잊어버려야만 한다”는 말을 주문처럼 반복한다. 상처의 내용은 희미하게 그린 반면, 상처를 견디는 방법은 선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 시의 진정한 주어는 ‘나’가 아닌, “잊어버려야만 한다”는 필사적인 마음 자체라고 해도 좋겠다. 실제로 잊는 것과는 별개로, 잊어버려야 한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타이르는 것. 차라리 격려에 가까운 이 방법을 통해 ‘나’는 “그 사람”과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을 수락하며 또 다른 날들을 살 채비를 한다.
새로운 삶은 ‘나’의 힘겨운 실존을, 모든 생명은 흘러가는 존재라는 대자연의 섭리와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에 누워/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날”의 먼 미래와 연결시키는 성찰과 상상을 통해 열린다. 도정일의 말처럼, 문학은 인간이 경험하는 추락과 상처, 상실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조병화는 그 미학적이며 존재론적인 기술을 쉽고 독특한 스타일로 구사했다. 그가 수많은 하루를 위해 썼을 이 시는 1950년 4월에 발간된 같은 제목의 시집에 실려 있다. 선시집을 제외한 총 53권의 시집 중 두 번째 시집이었다. (김수이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