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옥수수 대궁 속으로 /신용목
주선화
2008. 7. 15. 15:56
-옥수수 대궁 속으로/신용목-
뒤안을 돌아보는 정오,
어머니 묻어둔 몇 점 곡알이
어느덧 옥수수로 처마의 키를 잽니다.
서성이던 마음이 시절을 타느라
고향의 한때 귀 나간 그림처럼 걸려 있는데,
구렁이도 참새도 떠난 이곳에
한낮의 볕이 내려와 순하게 덧칠을 합니다.
이 하루 한세월쯤 그저 보내도 좋을 곡식들,
흙 속에 무엇을 두고 와서,
몸 밖으로 쿡쿡 열매을 밀어내고
옷수수 늙은 수염을 몸빼처럼 펄럭입니다.
그 펄럭임의 대궁 속,
대처를 돌아온 자식이
세월도 바람도 아닌 그 깊은 속을 보고 싶어
까칠한 마디 슬며시 쥐었을 때,
나는 그만 대궁마다 가득한 어둠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상을 차린 어머니가 마당까지 나서 때 잊은 막내를 불렀지만,
나는 이미 어머니 캄캄한 몸 속에서,
간간이 늙은 음성이 어머니를 빠져나가
햇살에 머리를 받고 스러지는 것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