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화 2008. 7. 24. 11:07

시란  /김재혁

 

 

테러다, 방안을 가득 채우며 굳어가는 침묵에 대한, 살금살금 다가와 내 아내의 얼굴에 모래를 휙 뿌리고 도망치는 세월에 대한, 다가오면서 아무런 빛도 던지려 하지 않는 쌀쌀맞은 미래에 대한, 어린 시절 옆자리 동무의 뱃속을 칡넝쿨처럼 주름지게 했던 텅 빈 가난에 대한, 내 삶의 마지막 한 걸음은 홀로 떼어 놓아야 한다는, 그리하여 삶은 커다란 질문 끝에 매달린 스치는 햇살이라고 하는 잿빛 노을에 대한, 침묵의 방안에 마지막으로 울려 사라질 바람 소리에 대한, 테러다, 시란,

 

그리고 그 모든것에 대한 사랑이다. 시란, 부스럼 병에 걸렸던 볼테르를 수백만의 입자로 낮게 해준 레몬주스의 힘, 그게 바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