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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고 보니

주선화 2008. 10. 23. 11:14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마흔이 되고 보니/문차숙

▲ 임국 ‘무능한 두 친구’
마흔이 되기 전에는

마흔 나이가 되기만 한다면

무언가로 번듯하게 솟을 것 같았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마흔의 이들을 보면서

몰래몰래 밑그림을 그렸지.

나만은 예외라는 듯이.

얼마후 마흔이 되고보니

여태 그린 나의 그림은 형체를 알 수 없고

이미 앞서간 그들의 등 뒤를 쭐레쭐레

따라가고 있었다. 누구든지

앞서 간 발자국이 삐뚤다고 비웃지 마라.

지금 내가 정신없이 가는 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