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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나이가 되기만 한다면
무언가로 번듯하게 솟을 것 같았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마흔의 이들을 보면서
몰래몰래 밑그림을 그렸지.
나만은 예외라는 듯이.
얼마후 마흔이 되고보니
여태 그린 나의 그림은 형체를 알 수 없고
이미 앞서간 그들의 등 뒤를 쭐레쭐레
따라가고 있었다. 누구든지
앞서 간 발자국이 삐뚤다고 비웃지 마라.
지금 내가 정신없이 가는 그 길이다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마흔이 되고 보니/문차숙
마흔 나이가 되기만 한다면 무언가로 번듯하게 솟을 것 같았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마흔의 이들을 보면서 몰래몰래 밑그림을 그렸지. 나만은 예외라는 듯이. 얼마후 마흔이 되고보니 여태 그린 나의 그림은 형체를 알 수 없고 이미 앞서간 그들의 등 뒤를 쭐레쭐레 따라가고 있었다. 누구든지 앞서 간 발자국이 삐뚤다고 비웃지 마라. 지금 내가 정신없이 가는 그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