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手話(수화)
주선화
2008. 12. 15. 18:59
수화 / 위선환
그해에는 자주 눈이 내렸다 지붕 밑과 계단에 눈 묻은 발지국들이 찍혀 있었다
불빛에 반사된 밤하늘 여기저기로 눈은 아직 내리 쌓이고 눈더미보다 희게 무겁게
적막이 쌓였다
갈곳이 없었다 내가 아는 몇 사람은 눈에 파묻혔다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여자가 나를 향해 돌아섰다 가슴 아래께에다 두 손을 포게 모은 다음에 손가락들을
반쯤 굽힌 오른손 손바닥을 위로 받쳐 올리고는 천천히 좌우로 저었다 (아프다), 한 번 더
(아프다), 또 한 번 (아프다), 꽃잎 날리듯 눈조각들이 날렸다
문득, 여자의 손바닥이 날 개 접듯 접히었다가 파닥이더니 하얀 나비 한 마리 환하게
비치는 불빛 속으로 눈발 속으로 날아갔다 눈이 그쳤다
그 뒤로 내 생애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