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들망
주선화
2009. 2. 2. 10:02
들망 / 정은기
다만 마음만 있다는 섬, 지심도
거제도 근방 어디쯤이라 했던가
리포터는 호들갑을 떨었고
변화무쌍한 표정이 서울까지 송출되었다
전통 어구 들망으로 자리돔을 잡는 어부 김무남씨는 말한다
- 이것이 마지막 남은 들망이고, 내가 죽으면 이제 사라진다고 봐야제
사람들은 모두가 사람들의 눈꺼플 뒤에 숨어 바르르 떨고
사라져가는 것들은 시간이 눈꺼플 속에서 깜박이다 눈을 감았다
사라지는 것의 여운이 썰물과 함게 빠져나가기도 전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은
한 번도 들망을 본적이 없다는 리포터, 그보다 먼저
차가운 바다 속에서 물결을 다듬고 있을 들망에 마음이 가 닿았다
광화문의 빌딩들도 제 유리창을 부수어, 움켜쥐면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흘려보내고
어제 거리에서 본 사람들도 오늘은 벌써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이 순간의 나도 그대가 눈꺼플을 깜박일 때마다 조금씩 닳아 없어지거나
손을 씻고 버리는 물속으로, 내 육체의 부수러기들이 하수구로 흘러들
어 조금씩 나를 지우고 있다
과장된 표정으로 한 숨 짓는 리포터보다
'다만 마음만 있다' 라는 말이
사라져간 것들 뒤로 남는 비문 같아서
마음이 가 닿았던 자리에 조용히 손을 거두었다
* 현대시학 1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