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숯
주선화
2009. 7. 10. 10:34
숯 / 최승헌
자신을 온전히 태울 수 있다는 건
세상을 대충 살겠다는 마음이 아니다
한세상에서 한세상으로 건너가는 일이
밤새 꽃이 피고 지는 일이 아니기에
사랑은 그절정에서 적멸에 이르렀고
슬픔은 관절 마디마다 몸을 풀었다
갈라진 뼈마디 속에서
다시 숨결을 고를 때까지
아무 것도 성한 것이 없다면
소리조차 이를 악다물었을 거다
상처가 깊으면 속이 보인다지만
오장육부까지 시커면 속이
어디 그리 만만하게 열리든가
캄캄한 어둠속에서 만날 수 있는 건
자신의 그림자밖에 없다는 것을
활활 타오르는 불꽃 깊숙이
제 몸을 던져 본 자는 알 것이다
온몸으로 교신하는 생이 어둠을 따라
마지막 입관자리를 찾아 갔을 분
처음부터 아무도 불을 켜지 않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