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바람 흔적 미술관
주선화
2009. 8. 4. 17:39
드문 드문 사람의 발길만 지나 갈 뿐이다...고요함과 적막함, 여름날의 장맛비 온 뒤 풍경 같다.
풍차는 풍경으로 소리없이 돌고....
이제 서서히 물오른 사위질빵이 방방이 뜨고 있다...
안개비에 쌓인 나리꽃과 달맞이꽃이 하얗게 뒤집어 쓴 면사포 같이 조용히 앉아 있다
쥐오줌풀이 넝쿨을 이뤄 가족을 만들어 간다
고고히 바윗돌 아래 홀로 피어있는 루드베키아가 눈길을 잡고 있다.
황매산 능선을 보이지 않지만 어제 바라본 봉우리가 저 속에 숨어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눈에 보이게 쓰라는 누군가의 얘기가 들려온다...
바람 흔적 아래 펜션의 마당이다
팔월의 여름이지만 그곳은 추위를 느끼게 했다
안개비에 쌓인 마당가를 걸으며
부부가 이뤄놓은 삶을 보는 듯 했다
곱게 빗어진 가르마처럼 정갈하게 꾸며놓은 정원은
사진을 찍자고 꼬드겼고
잔디밭에 퍼지고 앉아 얘기를 나누게 했다
친정부모님과 형제들 울산에서 감포에서 대구에서
차에 밀려가며 서다가다를 반복하듯
우리의 삶도 가다서다를 반복하겠지
몇번의 여유로 이런 시간을 만들어 갈 지
아무도 모를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그때 그때를 즐기자고
살아생전 효도라는 게
마음 편히,
그것 뿐이라는 걸 나이 들어보니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