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주선화 2009. 8. 17. 11:02

미소는 , 어디로 가시려는가 / 장석남

 

 

저 새로 난 꽃과 잎들 사이

그것들과 나 사이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무슨 길을 걸어서

새파란

새파란

새파란 미소는,

 

어디만큼 가시려는가

나는 따라갈 수 없는가

 

새벽 다섯 시의 감포바다

열 시의 등꽃 그늘

정오의 우물

두세 시의 소나기

 

미소는,

무덤가를 지나서 저

화엄사의 저녁 종을 지나

 

미소는,

저토록 새파란

수레 위를 앉아서

 

나와 그녀 사이 또는

나와 나 사이

 

미소는,

돌을 만나면 돌에 스며서

과꽃을 만나면 과꽃의 일과로

계절을 만나면 계절을 쪼개서

 

어디로 가시려는가

미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