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바람이 운다
주선화
2009. 9. 22. 19:33
바람이 운다 / 주선화
얼만큼 걸어왔으면 나무속에서 집을 짓고 울어댈까
얼만큼 달려왔으면 나무속에서 켜이켜이 울어댈까
꽃피고 꽃 지는데
숭덩숭덩 떨어지는데
억만년의 세월이 발발이 흩어지는데
억만년의 세월이 휘이훠이 날아가는데
오늘도 그녀의 울음소리에 잠이 들고
그녀의 울음소리에 잠이 깬다
꽃피고 꽃 지는데
새소리는 맑게 울려 퍼지고
햇살은 저리 눈 부시는데
처녀치마는 퍼럭퍼럭 치마를 벌려쌓는데
금괭이눈은 또록또록 눈알을 굴려쌓는데
그녀의 울음은 그칠 줄을 모르고
나무를 타고오르는 청솔모 꼬리에 불이 났는지
후다닥후다닥 바쁜 걸음 재촉하는데
누군가 흔들어 세워줄 기둥
하, 마냥 기다려보는데
마냥 기다려보는데
*시애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