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마산문학

주선화 2009. 12. 15. 15:57

갈증

 

 

창틀에 매달린 물방울이 어젯밤 뉴스로 본 고공 시위하는 노동자처럼

언제 떨어져 죽을 줄 모르는 사람처럼 허공에 목숨 줄을 움켜쥐고 있

다 살아야겠다고, 나도 살고 싶다고 목청껏 외쳐대지만 발아래가 허공

이다 노모의 생계가 가족의 생계가 이 한 목숨에 달려있다고 하늘에

대고 외쳐댔지만 메아리만 돌아 올 뿐이다 파리만도 못한 목숨이라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래저래 죽을 목숨 깨끗하게 죽으리라 투명하게

죽으리라 속을 까집고 미치도록 환한 봄날에 연둣빛 햇살에 찔려 나

는 죽는다. 보족보족 올라오는 새싹의 입이 마르다

 

 

 

애인

 

 

궁리포구엔 배가 뜨지 않았다

그 섬에 그녀를 두고 왔다

물이 들어왔다 나갈 때 마다 쓸려가며

바위를 타고 오르는 인동초의 뿌리가 미끄러졌다

게딱지 위를 걸어 다녀 발가락에 피가 쏟아져도

물속은 늘 아늑하고 황홀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아픔에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도

아가리는 벌리지 않았다

누구도 믿지 않았고 다가서지도 않았다

둥근 태를 휘감을 때,

반생의 시간이 멈췄다

지나갔다

바다엔 달도 뜨지 않았다

둥근 알이 꽉 찬 가무락 조개가 입을 벌릴 때

산통이 시작됐다

 

 

 *마산문학 33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