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조선일보 신춘문예 2010

주선화 2010. 1. 3. 15:39

풀터가이스터 / 성은주

 

 

하늘은 별을 출산해 놓고  천, 천, 히 잠드네

 

둥근 시간을 돌아 나에게 손님이 찾아왔어 동구나무처럼 서 있다가 숨 찾아

우주를 떠돌던 시선은 나를 더듬기 시작하네 씽끗, 웃다 달아나 종이 인형과

가볍게 탭댄스를 추지

 

그들은 의자며 침대 매트리스를 옮기고 가끔, 열쇠를 집어삼켜 버리지 그럴

때마다 나는 침대 밑에서 울곤 해 스스로 문이 열리거나 노크 소리가 들릴

때 화장실 문은 물큰물큰 삐걱대며 겁을 주기도 해 과대망상은 공중으로 나

를 번쩍 들어 올리지 끊임없이 눈앞에서 주변이 사라졌다 나타나고 조였다

풀어져

 

골치 아픈 그들의 소행에 시달리다 못해 어느 날, 광대를 찾아갔지 광대는

자신의 두꺼운 화장에 시육당하고 있다며 웃어야 할 시간에 울고 있었어

 

천장을 훑어 오르기 위해 어둠 속에서 그들은 그림자를 흔들고 있어

 

자연스럽게 때론 엉성하게

 

그러다 접시가 입을 쩌억 벌렸어

 

누워있던 골목들 일제히 제 넋을 출렁였지

 

붙어있던 그들은 홀가분하게 나를 떠났어

 

온갖 소동 부리고 떠난 자리,

 

무성한 음모만 시끄럽게 남아있네

 

 

 

*poltergeist: 불안정하게 소란을 피우는 영(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