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감포를 만나다 / 주선화

주선화 2010. 1. 4. 19:24

감포를 만나다 / 주선화

 

 

오후 네시

밤을 반으로 쪼개 파먹었다

나는 엄마를 얼마나 파먹었나

허리가 굽은 팔순의 엄마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

 

바다가 보인다

수심을 알 수 없는 바다

저 바다가 나를 키웠다

바다의 깊이만 안다면

어머니를 알 것이다

 

사랑을 한다면 꼭 저만큼만,

푸른 창공을 난다면

저 갈매기만큼만,

새벽 네 시의 감포 바다

거품 문 파도 소리들로 넘쳐난다

 

배들이 조업을 서두른다

선적을 챙겨 널다란 푸른 길로 나아간다

바다로 나아가면 희망이 보인다

끝없이 나아간다

 

서쪽으로 지던 해가 동쪽으로 다시 뜬다

조카아이의 울음소리 요란하다

창밖으로 희미하게나마

어머니가 보인다

 

 

*경남문학 겨울호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