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무꽃 / 김선우

주선화 2010. 5. 5. 09:33

무꽃 / 김선우

 

 

 집 속에

 집만한 것이 들어 있네

 

 여러 날 비운 집에 돌아와 문을 여는데

 이상하다, 누군가 놀다간 흔적

 옷장을 열어보고 싱크대를 살펴봐도

 흐트러진 건 없는데 마음이 떨려

 주저앉아 숨 고르다 보았네

 

 무꽃,

 버리기 아까워 사발에 담아놓은

 무 토막에 사슴뿔처럼 돋아난 꽃대궁

 

 사랑을 나누었구나

 스쳐지나지 못한 한소끔의 공기가

 너와 머물렀구나

 빈집 구석자리에 담겨

 상처와 싸우는

 무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