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에서 / 문태준
겨울 강에서 / 문태준
슬픔은 슬픔이어도 강 어부가 얼음낚시를 하려 얼음에 뚫어놓은 모란꽃만 한 구멍
같았으면
그대 가슴에도 몸이 투명한 빙어떼가 노는가
얼음 구멍 아래
치마 한 감 거리 빛 속
반짝이는 빛이었구나 빛의 한 마리 몸이었구나,
찬 없는 밥을 삼키던 누이는
머릿수건 올려 찬물 한 동일 이고 돌아오던 키 작은 내 누이는
서리
겨울 찬 하늘 한 켜 살껍질을 누가 벗겼나
어느 영혼이 지난밤 꽃살문 같은 꿈을 꾸었나
갓 바른 문풍지 같고 공기로만 빚은 동천산 첫물
사락사락 조리로 쌀을 이는 소리가 난다
자루
자루는 뭘 담아도 슬픈 무게로 있다
초봄 뱀눈 같은 싸락눈 내리는 밤 법씨 한 자루를 꿔 돌아오던 家長이 있었다 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일어나면 나는 난생처음 마치 내가 작은댁의 자궁에서 자라난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입이 뽀족한 들쥐처럼 서러워서 아버지, 아버지 내 몸이 무러
워요 내 몸이 무러워요 벌써 서른 해 전의 일이오나 자루는 나를 이 새벽까지 깨워
나는 이 세상에 내가 꿔온 영혼을 생각하오니
오늘 봄이 다시 와 동백과 동백진다고 우는 동박새가 힌 자루요 동박새 우는 사
이 흐르는 銀河와 멀리와 흔들리는 바람이 한 자루요 바람의 지붕과 石榴꽃 같은
꿈을 꾸는 내 아이가 한 자루요 이 끊을 수 없는 것과 내가 한 자루이오니
보리질금 같은 세월의 자루를 메고 이 새벽 내가 꿔온 영혼을 다시 생각하오니
그맘때에는
하늘에 잠자리가 사라졌다
빈손이다
하루를 만지작만지작하였다
두 눈을 살며시 또 떠 보았다
빈손이로다
완고한 비석옆을 지나가 보았다
무른 나는 금강이라는 말을 모른다
그맘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만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니
어디로 갔을까
여름 우뢰를 따라갔을까
여름 우뢰를 따라갔을까
후두둑 후두둑 풀잎에 내려앉던 그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