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조묵단전(傳)ㅡ탑 / 문인수

주선화 2011. 4. 12. 15:54

조묵단傳 ㅡ 탑 / 문인수

 

 

"나 늙으마 우짤꼬!"

어머니, 여든하나 연세에 아버지 먼저 보내놓고 처음

입에 담은 말씀이다. 이 무슨 걱정이냐, 똥이다.

 

어머니의 일생은 한마디로 똥이다.

산후풍으로 거동 못하던 할머니 수발 40년, 중복 기간에

할아버지 수발 10여 년, 한참 건너 아버지 수발 또 10년

을 치렀다. 오남매 키우고, 손자들 거둔 것 말고도 합이

대체 얼마냐, 막상

당신 노후(?) 주변, 면면 살펴보니 막막하기 그지없다.

그 엄청난 똥오줌,

뉘 물려받을까, 자식들 죄짓게 할까 두렵다는 것이겠다.

 

어머니는 올해 아흔다섯인데도 다행히 건강하시다.

정신도 아직 똑똑하고 자세도 꼿꼿하고

빨리빨리 걷기 때문에 동네 딸뻘 터수인 칠십대 할매

들도 못 따라간다.

모두 스스로 지은 복일까, 업일까, 아무튼

어머니가 쌓아올린 누런 똥무더기는 금, 탑일 것 같다.

 

나는 이쯤에서 간절히 한마디만 하고 싶다.

 

"어무이, 이만할 때 고만 돌아가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