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눈에 가득 찬 이름 / 이진명

주선화 2011. 5. 12. 10:25

눈에 가득 찬 이름 / 이진명

 

 

엄마 이름이랑 똑같네

청주에 사는 이순옥(62세) 씨의

신문기사를 읽기 시작하다가

그 뒤를 마저 읽지 않고 천장으로 들리는 눈

 

47세 우리엄마 이름, 청주가 고향인 우리엄마 이름

그런데, 가만, 엄마 이름 이옥순 아니었나 갸웃하다가

이순옥 맞아 끄덕이다가

아니지, 이옥순이지 다시 헷갈리다가

아니, 이순옥 맞아 끄덕끄덕하다가

아냐아냐, 이상하네 옥순 아니면 순옥인데

맞을 건데, 옥순 아니면 순옥, 그런 거였을 텐데

가로젓다가 혹, 둘 다 아니고 완전 다른 이름인 거 아냐

눈은 벌떡 신문을 버리고 일어선다

거실 가운데 저를 띄운 채 동자 움직이지 않는다

천천히 거실 유리창에다 회한을 그린다

지 엄마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

죽은 지 오래라고 지 엄마 이름도 잊....

언제부터 엄마 이름이 떠나게 된 것일까

회한을 그리던 눈 천천히 저를 거두는가 싶더니

눈동자에 버럭 힘을 넣는다

젠장, 죽음 이후 불러보길 했나 이름자 써보길 했나

도대체 이름자 들여다본 적이 있어야지

삼십 년도 더 되는 동안 꿈에서도 본 적 없으니

 

눈은 식탁에 앉아 저를 내리깔고 생각한다

턱과 볼떼기를 손바닥으로 같이 괴어 받쳐 한쪽 눈이 짜부라진 채

오늘의 생각이 창조한 말씀쪼가리를 외운다

아비의 이름도 어미 이름도 잘 모르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잘 모르게 되다가 화끈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더하여 자기 이름까지 죽은 개처럼 잊어 먹어 버리면

오 뷰티풀! 만세! 행복한 생일!

 

이름에 끼얹어져 있던 사랑이니 은혜니

이름 잇새에 안 빠지며 껴있던 고독이니 슬픔이니

기쁨, 희망 같은 것도 똑같은 찌끄래기 엽전들

식탁 위로 퉤퉤, 우수수 떨어지는

녹냄새 곰팡냄새 이파리들

가득 찬 옥순이 순옥이를 열었다 닫았다 다 떨어뜨리고

눈은 턱과 볼떼기를 괴어 받친 손바닥을 푼다

꺾어져 저렸던 손목을 들어 털며

굿 에프터누우우운, 좋은 아침!

점심 먹자! 살아있는 까아만 두 열매의 점심때

 

 

 

 

 

* 눈에 맞쳐진 그림 같은 사실들이 눈길이 간다

때론 나도 그렇다

하나에 꽂히면 해결책이 없으면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고마, 때려치워삐기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