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장자의 제물론 / 퍼옴

주선화 2011. 6. 20. 10:59

 

장자의 제물론

 

 


 

장자의 소요유에서 붕새는 자유를 찾아 남명으로 떠났다.

그런데 남명은 어디에 있을까?


남명은 내 안에 있다.

만물이 내 안에서 하나 되어 제물齊物(사물을 모두 똑같이 하는 것)될 때

남명은 실현되는 것이다.


어디로 떠나야 참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다.

자유의 세계가 천국이나 지상 어디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제물인가?

장자는 성심(成心)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성심은 자기에 대한 의식으로,

이 의식은 자기와 세계를 구분하고,

자기의 표준으로 세계를 구분한다.

'너'도 '그'도 성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 다른 성심과 싸우고 충돌하게 된다.

이런 구별, 시비, 다툼, 충돌 속에 생명은 매몰돼 버린다.

성심을 버리면 시비 분별이 없어지고 다른 것들이 조화되어 서로 통하게 된다.

경계나 구별이 없어지고 없음 자체도 사라진다.


성심이 없는 사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고 하늘로 바뀐 것이다.

몸만 가지고 있을 뿐 속에 감추어진 것은 천심이다.

천심은 바로 무심이다.

천지는 나와 함께 살아가고 . 만물은 나와 함께 하나가 된다.


나 자신이 없고 너가 없고 그 역시 없게 되는 것이다.

오직 조화만이 있다.

세월도 잊고 도리도 잊어버린다.

그래야만 사물을 사물로 대하면서 사물에 의해 사물화 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이 세계를 떠날 수 없지만,

이 세계에 개의치 않을 수 있다.

개의하지 않은 가운데 마음은 해방과 자유를 획득한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고달픈가.

평생을 분주하면서도 성공을 보지 못하며, 파김치가 되도록 지쳐도 쉴 줄을 모른다.

죽음을 향하여 가는 것이 마치 말달리듯 하여도 멈추게 할 수 없다.

우리는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제물을 통해 외적 대상에 끄달리지 않고

새롭게 생명의 의미를 자각하면서

사물의 한계를 벗어나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 수는 없는 것일까?

 

 

                                               2008.  7. 1

 

 

 

이 글은  '장자를 읽다'(왕보 지음, 바다출판사)를  읽고 그 내용을 인용하고 제생각을 더하여 나름대로 정리해 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