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빗속의 구두 / 손순미

주선화 2011. 10. 7. 11:40

빗속의 구두 / 손순미

 

 

가로등 아래 구두 한 짝,

구두의 차가운 입이

밤새도록

비를 먹는다

가로등 커다란 눈알이 구두 위에 떨어져

끔벅거린다

 

비는 구두 속에만  떨어진다

구두가 입 안 가득 눈물을 삼킨다

눈물은 쏟아내는게 아니라

저렇게 묵묵히 먹어야 하는 것이다

 

눈물을 모시고 있는

구두 적멸궁(寂滅宮)을

비는

밤새도록 목탁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