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바다의 해산 / 이하석
주선화
2012. 1. 18. 12:32
바다의 해산 / 이하석
서해의 온갖 너울 뒤집는 말로서도 뭐든 낳아 놓는다,
끓는 속 밀어낸 파도의 제 가장자리 긁어대어
해변 노니는 이들 어머, 어머, 하며 뒷걸음치게 하면서도,
우리가 찍어 포개놓은 발자국들 순식간에 지워버리면서도,
그렇게 제 가장자리를 내처 긁어대면서도
솥의 바다 가득 미역국처럼 끓어 넘쳐서
해안선을 언제나 멀리 둘러친다.
그러니까 미역국처럼 끓는 바다는
애 낳는 새댁이 고함치며 퍼득여서 끝내 거뜬히 몸 풀어내는 것처럼
젖은 제 속 피워내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내의 해산기에 맘 졸인 채 조심스럽게 바다 밀며, 어선 몰고 나온 사
내는
빨리 돌아오라고 파도 끈 당기는 아내의 손가락 힘 느끼며
미역국 가득히 끓는 솥의 바다 속에서 퍼덕이는 무지개만 건져 올린디.
수평선 너머 구름이 김처럼 피어오르고,
마침내 파도의 지붕 위로 으앙! 아기 울음 실린다.
별밤
평생 밭일해온 어머니를 오랜만에 찾은 시인이 하늘 보며 "와, 여긴 별
들이 많네요!" 하자, 어머니는 "시인이 어째 그 정도밖에 안 돼? 적어도
이쯤은 말해야지"라며 목소리를 챙긴다. "아이고 무시라, 별밭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