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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 주선화

주선화 2012. 4. 25. 14:07

 

부부 / 주선화

 

 

 

 

비 내린 날 달팽이 한 마리

칡넝쿨 잎사귀에게로 기어간다

미끄덩미끄덩 길을 밀면서 잎사귀 한 잎 오르려는데

참, 애 터지게도 오래다

미끄러지듯 길을 내어주는

아침 이슬,

칡넝쿨 등 뒤로 간신히 오른 달팽이

잎사귀를 사각사각 먹지도 않고

나란히 잎맥에 딱 붙어있다

달팽이가 잎사귀 하나를 물고

하루를 다아 보낸다

 

하루해가 참 짧다*

부부의 인연이 참 길다.

 

 

 

*김종길 시인의 시 제목을 따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