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나이를 먹는다는 것 / 김동수

주선화 2012. 6. 11. 13:04

나이를 먹는다는 것 / 김동수

 

 

햇살에 스며드는 일이다

 

가을 날 물들어 가는

감나무 잎처럼

 

뜨겁고 어두웠던 마음들

널어 말리며

 

이제 온 힘 다해 살지 않기로 한다

 

싹이 듣고, 잎이 자라

낙엽이 지는 사이

 

자박 자박 누군가 오고

또 누군가 가버린

 

이, 이역의 순례에서

 

그대와 나의 발자국

하나로 포개보는 일이다

 

다시 한 번 천천히

햇살에

 

나를 꺼내 말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