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미혼모 / 손순미
주선화
2013. 1. 16. 16:30
미혼모 / 손순미
나는 불안이다 총체적인 불안이다 불안은 나를 자고 나를 산다 나는 불
안 없이 살 수가 없다 불안은 가방이고 옷이다 내가 요리한 국이고 밥이다
불안이 제일 만만하다 불안 때문에 영화를 보고 불안 때문에 꽃을 사고 불
안 때문에 버스를 탄다 이 모든 알리바이는 불안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나는 불안을 지켜야 한다 나는 불안을 선택하는 삶을 선택했다 나는 불안
때문에 아이를 만들었다 불안 때문에 사랑했고 불안 때문에 행복할 것이
다 불안은 누가 만든 변증법인지 나는 불안이 마음에 든다 나는 불안한 아
이를 낳을 것이다 불안은 불안이 아니다 불안은 건강하다 불안은 내가 가
진 비밀이다 나는 불안이라는 통장을 가지고 있다 불안은 이자처럼 불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