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감포 1 / 이향
주선화
2014. 12. 5. 12:36
감포 1 / 이향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 넘어 어린 바다가 도둑괭이처럼 숨어들었지요.
구구단 외우던 아이들 다 돌아간 운동장, 녹슨 기억 닦아내며 미끄럼틀이 덩그러니 놓여있었지요.
바다처럼 반짝이는 하학 종소리, 해안선 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찢겨나간 지리부도처럼 펄럭거렸어요.
책가방을 열면 끼루룩 어둠의 알 깨고 갈매기 날아오르고 한 옥타브 낮게낮게 깔리는 풍금소리, 미와 파
사이 어린 게가 기어 다녔어요.
방파제 끝 등대가 통통 부은 눈으로 맞는 새벽 아버지는 등뼈 굽은 물고기처럼 집으로 돌아오곤 했어요
잠든 내 머리칼 쓸어 올리던 아버지의 호주머니는 껌통 같은 환한 세상이 들어 있었어요
지상의 꼭대기 밤새 감고 오르던 나팔꽃 줄기 솔과 라 사이 연보랏빛 어린 바다를 풀어놓는 운동장 교실
까지 따라온 바다를 접어 날리면 유리창 너머로 몇 갈래 길이 새로 생기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