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주선화 2015. 1. 8. 11:45

면 (面) / 정현우

 

면과 면이 뒤집어질 때, 우리에게 보이는 면들은 적다

 

금간 천장에는 면들이 쉼표로 떨어지고

세숫대야는 면을 받아내고 위층에서 다시

아래층 사람이 면을 받아내는 층층의 면

면을 뒤집으면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복도에서, 우리의 면들이 뒤집어진다

발바닥을 옮기지 않는 담쟁이들의 면.

가끔 층층마다 떨어지는

발바닥의 면들을 면하고,

임대 희망아파트 창과 창 사이에

새 한 마리가 끼어든다.

부리가 서서히 거뭇해지는 앞면,

발버둥치는 뒷면이 엉겨 붙는다

앞면과 뒷면이 없는 죽음이

가끔씩 날선 바람으로 층계를 도려내고

접근금지 테이프가 각질처럼 붙어있다

 

얼굴과 얼굴이 마주할 때 내 면을 볼 수 없고 네 면을 볼 수 있다

반복과 소음이

삐뚤하게 담쟁이 꽃으로 피어나고 균형을 유지하는 면,과 면이

맞닿아 있다

 

어제는 누군가 엿듣고 있는 것 같다고

사다리차가 담쟁이들을 베어버렸다

빠져나온 철근 줄이 담쟁이와 이어져 있고

밤마다 우리는 벽으로 발바닥을 악착같이 붙인다

맞닿은 곳으로 담쟁이의 발과 발

한 면으로 모여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