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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다 / 김지녀

주선화 2015. 6. 12. 10:26

같다 / 김지녀

 

혓바닥을 내밀어 보세요.

 

그는 내 혓바닥에 살이 쪘다고 한다

두께를 보고 냄새를 맡아보더니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고

자다가 화장실에 가는 것이 전부 혓바닥에 살이 찐 탓이라고

술을 그만 마시라고 한다

 

자기도 술을 좋아한다고

자기를 믿어보란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까

얼굴이 노란 것도 같고 잘 먹지 않는 것도 같다

그가 지나치게 진지해서

살이 찐 혓바닥으로 집에 왔다

 

거울 앞에서 혓바닥을 최대한 내밀고 본다

입속 가득 들어있는 혓바닥은 과연 살이 찐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못 먹는게 없지만 많이 먹지는 않고

먹으면서 투털거리기는 하지만

먹는 일을 멈추지 않는

혓바닥을 이렇게 정성을 다해 봐 준 적이 없다

 

혓바닥은 놀랍도록 떨리고 있다

바깥으로 내밀고 있으니까

금세 마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이 쏟아져 나온다

혓바닥이 늙은 것 같다

살이 쪄서 늘어진 그것은

어떤 물감으로도 만들 수 없는 색깔 같다

 

그를 만난 후로

입속이 자주 궁금하다

 

혓바닥을 내밀어 보세요

 

아프지 않은데

내가 아프다고 한다

그의 말을 들으니까

아픈지 오래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