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오는 봄 / 신달자

주선화 2015. 7. 8. 15:11

오는 봄 / 신달자

 

영하 20도

가장 높은 나무 위에 나를 놓아둔다

가지가 휘청거리는 순간

전력을 기울여 가지를 잡는 아찔한 순간

지상에는 나뭇가지 하나 뿐이야

내 생애 가장 가까운 몸

이미 가지로 이동돼버린 내 몸

가지보다 더 가느다랗게 휘청대는 생명

 

지상엔 한 찰라 내가 없었다

 

온 몸을 뻗어 가지가 되려는 의지만이 불꽃되어

얼음바람에 타 오르고

드디어 생명 하나 파르르 떨며 숨이 자지러 질 때

혹한 바람이 마지막 잎새까지 지우려는 찰라

내 몸 업은 가지 우드득 꺾이려는 그런 찰라

 

지상에서 가장 애뜻한 언어는 무엇인가

혀가 잘려도 해야 할 말은 무엇인가?

 

그 무엇이라고 생각되는냐?

 

겨울 수업은

오늘 종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