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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돌 / 박정만

주선화 2015. 8. 19. 11:25

잠자는 돌 / 박정만

 

이마를 짚어다오,

산허리에 걸린 꽃 같은 무지개의

술에 젖으며

잠자는 돌처럼 나도 눕고 싶구나.

 

가시풀 지천으로 흐드러진 이승의

단근질 세월에 두 눈이 멀고

뿌리 없는 어금니로 어둠을 짚어가며

마을마다 떠다니는 슬픈 귀동냥.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는데

반벙어리 기슴으로 바다를 보면

밤눈도 눈에 들어 꽃처럼 지고

하늘 위의 하늘의 초록별도 이슥하여라.

 

내 손을 잡아다오,

눈부신 그대 살결도 정다운 목소리도

해와 함께 저물어서

머나먼 놀빛 숯이 되는 곳.

 

애오라지 내가 죽고

그대 옥비녀 끝머리에 잠이 물들어

밤이면 눈시울에 꿈이 선해도

빛나는 대리석 기둥 위에

한 눈물로 그대의 인印을 파더라도.

 

무덤에서 하늘까지 등불을 다는

눈감고 천년을 깨어 있는 봉황鳳凰의 나라.

말이 죽고 한 침묵이 살아

그것이 더 큰 침묵이 되더라도

이제 내 눈을 감겨다오,

이 세상 마지막 산山, 마지막 선禪 모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