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6년 신춘문예(경인일보)

주선화 2016. 1. 15. 11:07

대봉 / 김이솝

 

파르티잔들이

노모의 흐린 눈에 가을을 찔러 넣는다.

턱 밑에 은빛 강물을 가두고 은어 떼를 몰고 간다

 

쿵! 폭발하는 나무들.

 

온통 달거리 중인 대봉 밭에

감잎 진다.

 

며느리가 먹여주고 있는 대봉을

다 핥지 못하고

뚝뚝, 생혈(生血)을 떨구는 어머니.

 

남편과 아들이 묻힌 지리산 골짜기

유골을 찾을 때까진 살아 있어야 한다고

삽을 놓고 우는 섬진강변.

 

귀를 묻고 돌아오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