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등꽃 필 때 / 김윤이
주선화
2016. 2. 19. 11:53
등꽃 필 때 / 김윤이
목욕탕 안 노파 둘이 서로의 머리에 염색을 해준다
솔이 닳은 칫솔로 약을 묻힐 때 백발이 윤기로 물들어간다
모락모락 머릿속에서 훈김 오르고 굽은 등허리가 뽀얀 유리알처럼
맺힌 물방울 툭툭 떨군다 허옇게 새어가는 등꽃의 성긴 줄기 끝
지상의 모든 꽃잎 귀밑머리처럼 붉어진다
염색을 끝내고 졸음에 겨운 노파는 환한 등꽃 내걸고
어디까지가나
헤싱헤싱한 꽃잎 머리 올처럼 넘실대면 새물내가
몸에 배어 코끝 아릿한 곳
어느새 자욱한 생을 건넜던가 아랫도리까지 걷고
내려가는 등걸 밑
등꽃이 후드득,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