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겨울소묘 / 강재남
주선화
2016. 11. 10. 17:17
겨울소묘
강재남
채마로 일구던 남새밭
감나무 한그루 앙상한 팔다리로 항변하듯 섰는 자리
바람이 손톱 세워 마른땅 할퀴고
돌멩이들 하얗게 버짐처럼 널려있다
함부로 버려진 계절 앞에
옷 한 벌 푸르게 지어줄 양 겨울배추 씨 뿌린다
찬바람에 맛들이며 저 배추 자양분 키울 테고
지나가는 겨울비
안부쯤 물어 주실라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도 보리라
성급한 생각이 입꼬리 적시는데
호미 끝으로 피어오르는 흙냄새 포슬하다
이런 날
더듬지 않아도 지난날이 따라오고
어느 굽잇길 철없이 버린 그립고 소중한 것들
덩달아 일어선다
생각하면 신산하고 쓸쓸한 생
내 삶은 늘 울음 아니면 울고 싶은 날
어쩌면 나는 이런 길로만 잘도 다녔을까
흙 다독이는 손길아래 머잖아 싹이 트고
튼실한 포기 물오르면
내게도 어딘가 깊고 먼 곳 다녀온 낯익은 봄 찾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