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노랑지빠귀 외 1편 / 주선화
주선화
2017. 12. 16. 11:27
노랑지빠귀 나의 사생활이 순식간에 들킨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거리에서 시작한다 녀석과 나의 거리 사이에는 관심과 무관심이 만든 아슬아슬한 경계가 있고 호기심과 능청스러움의 투명한 철망이 있다 내가 녀석과 눈이 마주쳤을 때, 녀석은 망설임 없이 나와의 거리를 버린다 피라칸타 붉은 열매 사이에는 녀석의 안전이 보장되어 있고 나는 여전히 나의 세계에 갇혀 있다 한 겨울 노랑지빠귀가 날아와 방충망에 붙어 있다 관제탑 주파수
스피커 볼륨을 최대한 올린다
밤새 안녕을 묻는 네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읊어 달라던 시 한 편
네가 부셔져 내린 하늘에는
무수한 안녕들이 떠다니고
모든 비밀을 삼킨 블랙박스에는
아직 도착하지 못한 안부가 계속 잠겨 있고
- 교신하세요. 교신하세요. 타워 타워 타워 , . . . .
눈을 뗄 수 없는 긴장으로
밤을 샌 활주로에는
안전하게 착륙한 햇살만 가득하다
* 마산문학 발표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