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금방 / 이순현

주선화 2018. 2. 8. 12:00

금방 / 이순현



먼저 가 있어

금방 갈께


블라인드의 눈근 사이로

금방이 오고 있을 바깥을 내다본다


말들의 덤불 속에

그는 있다


얼음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유리잔에 맺힌 물방울들이 줄줄이 추락한다


금방 갈께


ㅁ이 녹아내리는 듯

금방은 금방금방 뒤로 밀려나고


젖은 샌들에 나비 한 쌍

꿈결인 듯 그늘을 향해 날개를 펼칠 때

빗줄기는 줄기차게 금방의 바닥으로 착지한다


각이 진 얼음은 알고 있다

금방은 그와 동행할 수 없다는 것을


불빛은 행인들에게 이식되며

인간으로 부활하다 금방금방 스러지고


금방, 하나만을 품은 눈이

블라인드를 벌리고 내다 본다


우주 미아처럼 막막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