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떼 / 박세미
주선화
2018. 5. 5. 09:34
떼 / 박세미
메뚜기 한 마리가 뛰어다니면 그건 메뚜기다
메뚜기들이 공중을 메우고 땅을 차지하고
지붕을 덮으면
그건 재앙이다
사람들에게 재앙은 메뚜기일 리가 없다
방문을 열고 엄마가 들어오면
나는 '나들'이 되어 있고,
엄마는 나를 못본다 그건 재앙이다
엄마에게 재앙은 나일 리가 없다
밤이 된다는 것은, 눈을 깜박이는 순간의 어둠들이
때로 몰려들 때
침대에 누워
엄마를 죽이고 아빠를 죽이고 애인도 죽이면
그건 '나들'이다
꿈꿀 때 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떼를 지어 다니는 내가
오늘 하나 더 죽으면
나는 내일 하루 더 살 수 있을 것 같다
밤마다 눈을 감는 것은,
수많은 거울을 만드는 일
게속해서 나를 거울로 되돌려 보내는 일
오늘 밤은 내 방문 앞에 모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