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물고기의 창 / 이기영
주선화
2018. 5. 17. 08:47
물고기의 창
당신은 감정 노동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음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한쪽으로만 구부러지는 혀가 자란다
어지러운 이쪽의 다정과
한결같은 저쪽의 냉정 사이
아주 먼 심해까지 쉴 새 없이 짓누르는 캄캄한 한 방울로
칠흙 같은 것들은 게속해서 자라고
사랑합니다 고갱님으로 시작된 완벽한 발음은
겨우 견디고 있는
싹수가 노랗게 웃자란 감정을 계속해서 비틀어버린다
잠깐, 심호흡 뒤에 하 내뿜는 탄식처럼
먹구름이 지나가고, 울컥이 지나가고, 목이 메는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감정은 매순간 일방통행으로 미무리 되고
오늘도 혀를 아주 조금만 구부려
고객을 고갱님으로 비트는 시간들이
종일 발바닥 아래에서 바스락거리고
하루 더 버티면, 한 번 더 버터본다면, 그래
매번 무너지는 수압을 견뎌야 하는
퇴화한 수면에 아주 조금 빛이 반짝일까
우리는 그걸 비상구라 부르지도 않는데